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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를 해설하다 2편 백신을 찾아 달려라

토마토 하나 2020. 12. 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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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존 의약품부터 새로운 치료제까지 모든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팬데믹을 끝낼 가능성이 가장 큰 방법은 백신입니다. 



첫 백신 실험은 2020년 3월 16일입니다. 시험 백신은 상당히 빨리 나왔습니다. 사스는 20개월 만에 나왔고 에볼라는 7개월, 지카는 6개월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백신 후보는 그 기록을 전부 깼습니다. 65일 만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을 끝내기까지는 아직 그 갈 길이 멉니다. 

어떤 백신이든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겁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10년 정도가 지나야 백신 후보 하나가 완전히 성공하여 정착합니다. 그 과정에서 90%는 실패합니다.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매일 사람이 죽어가고 경제적 손실도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2021년에는 백신이 널리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성공하려면 이 모든 길을 기록적으로 지나야 할 겁니다. 



다행히도 백신 후보는 100개 넘게 시험 중입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베테랑들이 나섰고 뛰어난 과학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거대 제약회사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검증된 기술을 쓰고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경우 기존 연구라는 유리함이 있습니다) 또한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접근합니다. 모두 서로 경쟁합니다. 

협력도 필요합니다. 용감한 지원자도 필요합니다. 이들은 함께 역대 최대로 주목 받는 과학 경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모든 바이러스가 물리치기 힘든 건 너무 간단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작은 매개체로서 자신들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지령을 갖고 다닙니다. 이놈들은 번식을 위해, 이러한 지령을 우리의 세포에 몰래 주입을 한 뒤 세포로 하여금 더 많은 바이러스를 만들도록 강요합니다. 몸 안에 퍼져 더 많은 세포를 장악하며 그 과정에서 세포를 손상시켜서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인체는 무방비가 아닙니다. 우리 면역 체계에 있는 세포는 침입자를 찾아 특징을 파악합니다. 뚜렷이 구분되는 이 특징을 '항원'이라고 합니다. 그런 뒤 면역 세포들이 집결해서 그 항원을 가진 것을 전부 찾아 파괴합니다. 면역 체계가 만들어내는 작은 분자인 '항체'는 항원에 달라붙어 쫓아다닌 뒤 진압합니다. 그렇지만 감염된 날에서 거의 2주는 있어야 이 반응이 활발해집니다. 그 정도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를 휩쓸며 해를 입히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게다가 가끔은 면역 체계가 너무나 격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인체에 해를 입힙니다. 몇몇 사람의 경우 이런 피해가 너무 커서 죽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바이러스를 진압하는 분자인 항체를 주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항체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걸렸다 회복한 사람의 피에서 뽑기도 합니다. 그리고 렘데시비르 같은 치료제는 실제로 세포에 진입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습니다. 초기 결과를 보면 바이러스의 치명도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치료제도 인간이 이 바이러스로 아프거나 타인에게 전염 시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백신입니다. 면역 체계는 어떤 바이러스를 물리친 뒤 항원을 기억합니다. 영원히 기억할 때도 있고 잠시 동안만 기억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는 인체가 2년 정도 기억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와 비슷하다면 인체가 기억하는 기간에 다시 나타날 경우 우리의 면역 체계가 훨씬 빨리 반응하여 인체가 아프거나 타인에게 전염 시키기 전에 바이러스를 박멸할 것입니다.  

백신은 우리에게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전하게 보여주면서 가짜로 첫 감염을 일으켜 인체에 반응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진짜 바이러스를 만났을 땐 대비가 된 상태인 것입니다. 



그리고 100% 효과적인 백신은 없습니다. 백신을 맞는 모든 이가 면역을 갖추게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백신이 완벽해야 전염병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천연두는 예전에는 사망 원인 1순위였습니다. 홍역은 수백만 명을 죽였고 그들 대부분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약 95% 정도 효과를 발휘한 백신 덕분에 인간은 천연두를 박멸했고 홍역에서도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백신 제조업체들이 만들려는 건 그 정도 효과의 백신입니다. 사실 백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입니다. 유년기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데 전 세계 90% 이상이 찬성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전염병을 근절하려면 전 세계 대부분이 면역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집단 면역'입니다. 개인이 집단 면역을 갖게 되는 건 감염된 뒤 살아남거나 백신을 맞아서입니다. 충분히 많은 이가 면역을 갖추면 확산에 어려움을 겪게 된 바이러스는 점점 사라집니다.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보호하는 건 나 자신만이 아닙니다.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도 보호하는 것입니다. 신생아,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백신 접종은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이타적인 행위입니다. 



백신을 만들고 있는 곳은 100개가 넘는 백신 후보 중에서 거의 절반이 북미에 있습니다. 17개는 중국에 있습니다. 개발을 지원하는 곳도 다양합니다. 대부분 민간 기업입니다. 

이들의 주된 차이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인체에 어떻게 알려 주느냐 하는 백신 플랫폼의 차이입니다. 어떤 백신은 바이러스의 약해진 버전을 인체에 주입합니다. 번식하거나 해를 입힐 수는 없지만 여전히 항원을 가진 바이러스라서 우리의 면역 체계가 무엇에 대비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백신을 만든 경우는 소아마비와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로타바이러스, 독감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연코 가장 많이 효험성이 입증된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계란 같은 다른 살아있는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몇 달간 키워야 합니다. 우리는 수십 년째 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것을 1세대 백신이라고 합니다. 올해 5월 초까지 이런 식으로 개발하는 백신은 9개입니다. 

조금 더 최신 접근법을 시도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체 대신 인체에 항원만 주입하는 것입니다. 항원만으로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항원도 배양은 합니다. 효모균에서 하기도 하고 다른 무해한 바이러스에 붙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백신을 만든 경우가 B형 간염과 백일해, B형 수막염입니다. 이런 것을 2세대 백신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서 무려 72개가 이런 방식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전히 새로운 백신이 있습니다. 실제 바이러스의 어떤 부분도 쓰지 않는 방식입니다. 대신, 이 백신이 인체에 전달하는 바이러스의 지령은 작은 유전 암호로 세포가 항원 만들 것을 지시하여 면역 반응을 활성화합니다. 이 방법을 쓰는 백신이 인체용으로 승인된 적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이것을 3세대 백신이라고 합니다. 현재 백신 후보 중 27개가 이 방식입니다. 바이러스를 조금도 배양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백신은 엄청나게 빨리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백신은 3세대 백신으로 '모더나'라는 미국 회사가 가장 빨리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백신 후보를 만드는 건 어려운 축에도 못 낍니다. 그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임상 실험입니다. 전통적으로 백신 임상 실험은 3단계입니다. 1단계에서는 백신을 소수의 사람에게 접종합니다. 그리고 몇 달을 기다리면서 위험한 부작용이 있나 살핍니다.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이면 해당 백신을 2백 명 정도에게 접종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위험한 부작용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면역체계가 강화되었는지도 살핍니다. 이것은 더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보통 몇 개월 걸립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 3단계로 이동합니다. 수천 명에게 백신을 접종해서 3중으로 확인하는 겁니다. 그렇게 효과를 살핍니다. 이것 역시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신약 실험과는 다릅니다. 약의 경우 병을 앓는 사람에게 주고 차도가 있는지 살핍니다. 하지만 백신은 병에 안 걸린 사람에게 주고 나중에도 여전히 병에 안 걸렸나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전부 마치기까지는 보통 4년 정도 걸립니다. 총 5천 명 정도를 대상으로 실험을 합니다. 그러나 백신 개발자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실험을 동시에 진행해서 피실험자의 수는 동일하지만 전부 18개월 만에 끝내는 겁니다. 몇몇 백신 후보는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백신 경쟁의 단계가 더 빨라져서는 안됩니다. 이 모든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고 백신을 출시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입니다. 

2차대전 때 연합군은 황열병 백신을 맞았습니다. 수천 명이 황달과 간염에 시달렸고 일부는 사망했습니다. 백신 제조업체에서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1885년에 벌써 이런 부작용이 보고되었음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1950년대에는 허술하게 만든 백신 하나 때문에 4만 명이 소아마비에 걸렸고 약 200명이 사망했습니다. '커터 사건'으로 알려진 이 일로 미 정부는 백신 제조 규제를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미 정부에 따르면 오늘날 유통된 백신 1백만 개 당 심각한 부작용으로 보상받는 이는 1명에 불과합니다. 안전과 효험에 관한 한 지름길을 택해서는 안 됩니다. 몇 가지는 간소화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것을 해야 합니다. 



사스와 메르스가 전염병을 일으켰을 때 백신 개발에 착수한 많은 과학자 중에는 옥스퍼드 대학팀도 있었습니다. 2018년, 옥스퍼드 대학은 메르스 백신 후보로 임상 실험을 했습니다. 희귀 코로나 바이러스의 다음 발발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년 뒤 이번 코로나19가 발발했습니다. 이 팀은 메르스 백신을 코로나19 백신으로 쉽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지름길을 발견한 것과 같았기에 임상 실험 1단계를 빠르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옥스퍼드와 같은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여러 종류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보조금이나 지원금이 끊겨서 연구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백신 후보를 과학자들이 기록적인 시간 안에 만들려 했지만 결승선에 도달한 것은 에볼라뿐입니다. 왜냐하면 펜데믹 발발이 끝나면 후원도 끊겼기 때문입니다. 



2017년 게이츠 재단이 일부 후원하여 여러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것이 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전염병 예방 혁신 연합'입니다. CEPI는 각종 후원금을 합친 뒤 일종의 지원금 풀을 만들어 백신 개발을 후원합니다. 중립적인 중재자로서 세상을 위한 도구에 쓰이도록 수십억 달러를 모아서 꼭 필요한 곳에 보냅니다. 5월 초 현재, CEPI가 후원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9개 중 성공이 유력한 것은 2개입니다. 옥스퍼드의 새로운 백신 후보와 모더나의 백신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백신 전쟁의 끝은 아닙니다. 

이 팬데믹이 끝나려면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전문가들 추정에 따르면 적어도 인구의 60%가 면역을 갖춰야 합니다. 거의 80억에 가까운 인구 중 60%입니다. 

가격에 따라 백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도 달라집니다. 백신 개발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 후원합니다. 그러므로 일부 백신 기업의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몇몇 사람들은 분명히 횡재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일부 기업은 개 당 10달러 이하로 백신을 싸게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백신은 이것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을 포함해 수십억 명에 접종할 때만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전 세계인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백신 경쟁에서 하나 이상의 여러 우승자가 나와야 합니다. 이 경주는 백신 후보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경주입니다. 이 작은 바이러스는 경제를 마비 시키고 전 세계 수십만 명을 사망하게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백신을 만들어 모두에게 접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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