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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전쟁 The milk system

토마토 하나 2020. 9. 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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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우유의 관계는 8천 년도 더 전에 시작됐습니다. 소들을 불러 모으거나 돌보는 방식은 수 세기 동안에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십 년 사이에 인간과 젖소, 우유의 관계는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유럽의 낙농업 시장 규모는 무려 1천억 유로에 달하고 다국적 대기업들이 매년 생산해 판매하는 우유와 분말 우유의 양은 2억 톤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13억 중국 인구가 우유 맛을 알게 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우유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원유 거래 시장은 치열해졌습니다. 여러 기업가와 농부 학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원유 생산을 산업화하는 추세가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2017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건 유제품이기 때문에 낙농업계에서는 유제품 기업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유제품 기업이 농장들에게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심하게 합니다. 그러면 농장들은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이 심한 상태에서 돈을 더 벌기 위해는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의 개체 수가 적을 때는 초지로 몰고 나갈 수 있는데 100마리 이상 늘어나면 그게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들이 여유롭게 초지를 걸으며 풀을 뜯는 모습은 영화와 같은 장면이며 실제로는 돼지 농장과 같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농장에서 청소 로봇, 자동 착유 로봇 등의 사용 등으로 더 많은 개체의 소들을 관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경쟁이 심해지고 원유를 과잉 생산하게 됩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처음 생각한 사실인데 우리에게 젖소가 우유를 제공하려면 쉬지 않고 임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새끼가 없으면 젖이 안 나올 테고 이들은 젖이 안 나오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잔인하게도 농장의 소들에게는 매일 인공 수정을 시도합니다. 원래 소의 평균 수명은 20년이 넘지만 젖을 많이 생산해야 하는 소는 길어야 5년밖에 못 삽니다. 그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건 암소뿐입니다. 수컷은 키워봐야 도움이 안 되고 일만 많아지므로 태어나면 바로 저렴하게 판매를 해버립니다.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많은데 원유 1리터를 생산하는데 분뇨 3리터가 나옵니다. 분뇨의 질산염은 토양을 황폐화시킵니다. 특히 질산염이 지하수로 스며들면 더 위험합니다. 질산염은 인체로 들어오면 아질산염으로 바뀌며 산소 운반을 방해하고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들이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길 기대하는데 보통 여물을 먹여서는 그걸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젖소 사육장은 3분의 1은 풀로 공급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대부분 콩으로 공급합니다. 농부들이 구입하는 콩은 대부분 남아메리카산입니다. 유럽에 수출할 사료를 기르기 위해 대규모의 열대우림을 파괴합니다. 그림자 사료 생산지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생태계 파괴의 온상입니다. 콩으로 굶주린 이들의 배가 아니라 가축 여물통을 채우는 이상 세계 어딘가는 식량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소가 사용할 수 있는 열량은 섭취한 콩이나 곡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결국 젖소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곡물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매년 유제품 박람회에는 업계의 다양한 사람이 모입니다. 이들은 여러 방법으로 유제품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를 고객들에게 홍보합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유제품의 최대 강점은 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입니다. 우유가 과연 우리가 배운 만큼 건강에 유익한 식품일까요? 우유를 섭취하라고 권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골절 예방입니다. 그런데 굉장히 역설적이게도 우유 섭취량이 많은 국가가 골절 발생률도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들어 왜 우유를 많이 섭취하는 국가가 골절 발생률이 높은지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장기 연구로 30만 명에 달하는 성인 남녀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거의 40년간 추적 조사를 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는지 우유 섭취량은 얼마인지는 물론 신체 활동과 흡연 여부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한 모든 요소를 조사했습니다. 우유는 성장을 촉진합니다. 새끼 포유류를 빨리 성장하게 하고 어린 시절 세포 수 증가에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그 기간 외에는 특히 성인이 된 후에는 그렇게 빨리 성장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세포가 빨리 증가할수록 암도 빨리 번지기 때문에 우유 섭취량이 많을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예산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인 무려 450억 유로가 매년 농업 분야에 사용됩니다. 유럽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은 농부들이나 소규모 농장의 방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원유는 다방면에 사용되는 저렴한 원료이며 여러 업계가 원유의 다양한 성분을 사용합니다. 다들 원유가 싸길 바랍니다. 그래서 다들 원유가 과잉생산되길 원합니다. 식품 분야 기업 가운데 유럽 시장 수요 정도만 생산하길 바라는 곳은 없습니다.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만 2~3만 명쯤 되는데 대부분 낙농업계와 관련돼 있습니다. 식품 관련 로비가 그만큼 치열합니다. 산업 레벨에서 소매 레벨까지 농식품 체인의 매출액 전체를 따져보면 1.4~1.5조 유로 가까이 됩니다. 현재로선 가장 규모가 큰 경제분야입니다. 자동차 산업보다도 화학산업보다도 큽니다. 농업은 유럽연합의 핵심 사업 분야입니다. 유럽시장은 오래전부터 포화 상태인데 왜 지금과 같은 생산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요? 

대형 유제품 회사는 유럽에서 남는 원유를 분말로 만들어 아프리카에 저렴하게 수출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 수입한 분말로 우유를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를 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낙농업이나 가축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선한 자국 우유로 유제품을 만들게 되면 유럽에서 수입한 제품보다 더 비쌉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도 젖소 사육자들이 망해가고 있습니다. 원유를 팔 곳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 유제품 회사만 성장하고 아프리카와 유럽의 낙농가는 망해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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