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건물마다 당구장이 하나씩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포츠신문이 인기 있던 시절이었으며 그쪽 시장은 스포츠서울과 일간스포츠가 거의 양분 했었습니다. 당시에 신문으로 여러가지 만화를 접할 수도 있었으며 그 중 '바람의 파이터'와 '발바리의 추억'등의 만화를 재밌게 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 나는 것이 '양귀문의 당구교실'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신문 지면에 그림과 화살표로 핫구, 오마오시, 우라 등등의 기초적인 당구 길의 설명과 당점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었습니다.(요즘 방송에서는 일본말을 사용하지 않고 옆돌리기, 앞돌리기, 뒤돌리기등의 우리말을 사용 합니다)
처음 당구를 시작했던 그 시절 당구비는 10분에 500원이었는데 당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물가가 빠르게 올라서인지 거의 일년만에 10분에 1천원, 1천2백원으로 두배 이상 가격이 올랐습니다. 건물마다 당구장이 하나씩 있었음에도 그리고 가격이 두배로 올랐음에도 당구를 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당구장에 몇번 다녀본 친구에게 당구를 배웠습니다. 큐걸이 잡는 법와 당구대의 포인트를 표적 삼아 큐질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장갑을 착용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커다란 분필처럼 생긴 것에 손을 문질러 하얗게 분칠(?)을 해서 손의 마찰력을 줄였습니다. 처음에 이거 꼼꼼히 하지 않아 큐대의 마찰력으로 손의 피부가 벗겨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기본을 배운 이후에는 그날 같이 배운 생초짜 셋이서 당구장에 자주 갔었습니다. 셋 다 30 으로 공의 배치가 그날의 게임비를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당구대에서 굴러 가는 공과 가벼운 타격음이 꽤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150 치는 친구를 우연히 당구장에서 만났는데 당시에 당구치는 모습이 신급으로 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풋풋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고 건물마다 당구장이 하나씩 있던 시절이 건물마다 PC방이 하나씩 있는 시절로 바뀌게 됩니다. 당시 초창기 PC방은 인테리어도 없고 그냥 책상에 PC만 올려 놓고 한시간에 2천원씩 받았었는데 당시 PC방을 차렸더라면 큰돈을 벌었을 것 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서 당구장은 PC방에 밀려 시들어 간 것으로 기억 합니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입사한 친구는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짜장면으로 점심 빨리 먹고 회사 동료들과 남는 시간에 당구장에 가서 당구를 쳤다고 했는데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고 나서는 점심을 빨리 회사 동료들과 먹고 나서 PC방으로 가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이후에는 당구를 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강력했던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조작 사건으로 무너지고 방송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는 스크린골프가 열풍이었던 것 같습니다. 왠만한 곳에 골프존이 생겼으며 당시 정교하지 못한 골프존 시스템임에도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 못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이야 골프존 시스템이 좋지만 초창기 골프존은 기기 동작이 정확하지 않고 불편함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필드까지 가지 않고 회사 근처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공을 치는 손맛에 많은 매니아를 형성한 것으로 기억 합니다.
그러다가 최근 몇년전부터 다시 당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채널에서 당구 방송을 다루는 채널이 많아 졌으며 PBA라는 국내 프로리그가 생겼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PBA에 쿠드롱등의 탑급 외국인 선수가 출전을 하고 있다는 것 있습니다. 여러 기업이 이 PBA 리그에 협찬을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 몇년전부터 당구를 다시 즐기고 있습니다. 스크린골프는 시간도 많이 잡아 먹고 장비를 들고 다니는 것도 불편한데 반해 당구는 예약 없이 아무데다 들어가서 서로간에 공평하게 하우스 큐로 간편하게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요즘 당구장은 방송 경기에 나오는 국제 규격의 대다이도 있고 당구대의 온도를 일정하기 유지 시켜서 컨디션 조절을 하는 등 장비가 많이 좋아 졌습니다.
신도림에서 1차 음주를 하고 2차 맥주 내기를 위해 당구장을 찾았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당구장이라 들어 갔습니다. 딱 들어가는 순간 최근의 당구장이 아닌 초창기 제가 당구를 시작했던 당구장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흡연실을 따로 만들고 장갑도 구비되어 있지었지만 요즘 보기 힘든 조그만 주판알에 온도조절기가 없는 차가운 당구대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왠지 당구 처음 배울때가 생각 나는 당구장이었습니다.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십니다. 그렇지만 국제규격 대다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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